
전 세계 어느 기업도 이 장비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 독점 기업이 2년째 외형 성장에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HPSP 이야기입니다. 이제 그 정체가 끝나간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면서 증권가가 목표주가를 대폭 올리고 있습니다.
◆ HPSP가 만드는 장비, HPA란 무엇인가
HPSP는 고압 수소 어닐링(HPA, High Pressure Hydrogen Annealing) 장비 분야에서 전 세계 인증을 유일하게 보유한 반도체 전공정 장비 업체입니다.
어닐링은 반도체 공정에서 열처리로 결함을 제거하고 막질을 균일하게 만드는 핵심 공정입니다. HPSP의 HPA 장비는 여기서 고압 수소 환경을 활용해 기존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결함을 처리합니다. 2나노, 1나노 같은 초미세 공정에서는 조금의 결함도 수율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 장비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집니다. TSMC, 삼성전자, 인텔 같은 글로벌 팹들이 고객이고, HPSP 장비의 수출 비중은 92%를 넘습니다.

◆ 성장 정체의 2년,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연간 실적은 매출액 18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93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독점 기업의 성장 정체는 단순한 업황 부진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원인은 두 가지였습니다. 핵심 고객 TSMC 외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기술 전환 과정에서 기존 장비를 재활용하면서 신규 수요가 줄었고, 메모리 부문의 인증 후 매출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졌습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 지금 왜 재평가인가
대신증권이 4월 22일 목표주가를 기존 4만 2000원에서 5만 8000원으로 38.1% 상향하면서 재평가 논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주 환경의 개선 속 향후 2년간 최대 매출액을 매년 경신할 것"이라며 "반도체 장비 업계 내 최대 수익성의 가치가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근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파운드리 투자 재개입니다. 주요 국내 고객사의 설비투자 재개 및 세컨드 티어 고객군에서의 수주 환경 개선 효과 속에서, 로직·파운드리향 장비 매출액은 2025년 900억원 초반에서 2026년 1244억원, 2027년 1534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둘째, 낸드 부문 개화입니다. 300단 이상 고단 낸드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이 확산되면서 HPSP 장비의 활용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10세대 3D 낸드에서는 HCB(하이브리드 구리 본딩)가 보편화되어 어닐링 공정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납니다.
셋째, 신제품 HPO(고압 산화막 장비)입니다. 공정 미세화 속 막질을 보다 균일하게 형성할 목적으로 고객사에서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메모리·비메모리 모두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 영업이익률 50%가 왜 특별한가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영업이익률 50%는 거의 전례가 없는 수치입니다. 네덜란드 ASML의 영업이익률이 30% 안팎이고,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25~29% 수준입니다. HPSP는 이들보다 훨씬 높은 마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독점 구조에 있습니다. 경쟁자가 없으니 가격 결정권이 온전히 HPSP에 있습니다. 장비를 한 번 납품하면 부품·서비스 매출이 지속적으로 따라오는 구조도 마진을 뒷받침합니다. 이 수익성의 가치가 그동안 외형 성장 정체로 인해 저평가됐다는 것이 증권가의 핵심 논리입니다.
◆ 리스크도 있다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닙니다. 두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주요 주주인 사모투자펀드 계열 히트2025홀딩스유한회사는 올해 1월 시간외매매로 836만주를 처분해 지분율이 39.28%에서 29.23%로 10%포인트 넘게 낮아졌습니다. 대규모 블록딜은 단기 수급 부담 요인입니다.
더 큰 변수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확대입니다. MATCH Act 법안이 통과될 경우 동맹국들의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가 강화됩니다. HPSP의 HPA 장비가 규제 목록에 직접 포함될 가능성은 불분명하지만, 16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필수 장비가 통제에서 영구히 제외될 것이라 낙관하기도 어렵습니다.
◆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증권가는 2026년 매출액 2341억원, 영업이익 1245억원을 전망하며 전년 대비 33~37%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4월 기준 주가는 4만 6000원대로, 52주 저점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이미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구간입니다. 단기 급등 이후 눌림목에서의 분할 접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주 개선 흐름의 수치 확인, 그리고 HPO 베타 테스트 결과가 다음 주가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투자 참고용이며 투자 결정은 본인 판단에 따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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